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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열 여덟 나이 홀로 남도의 땅끝이라 이름이 붙은 마을에 찾았다. 그 끝에 가면 삶의 먹먹함을 한 손으로 구겨 버리고 올 수 있는, 폭포 절벽같이 바닷물이 내려앉는 ‘끝’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가파른 절벽 대신, 그 끝은 고기 잡는 한적한 마을이었고, 소금바람에 빛이 바랜 간판의 횟집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소주 맛을 알지 못했던 어린 나는 회 한접시를 시켜 맛도 못 보고, 그 끝에서 붉게 흐드러진 석양 하늘만 바라보다 먹먹한 마음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서른이 끝나갈 무렵, 또 끝이라는 말에 홀리어 미국 동부 해안가 어디를 찾았다. 가슴이 예전처럼 먹먹하지 않았으나, 출가 후에도 삶은 여전히 구름 많은 하늘이 바다와 저 끝처럼 막막했었다.

해안가 긴 방파제를 지나고 인적 두문 모랫길 따라 두어 시간을 걸어 도착한 그날의 끝.

그 사이 나는 회 한 접시와 소주로 삶의 먹먹함 달랠 신파같은 의식을  치를 줄도 아는 나이가 되었으나, 미국 땅에 한국에서 그리 지천으로 보는 횟집이 있을 리는 없었다. 대신 아늑한 집 같이 키 작은 등대 하나가 한적한 백사장 위에서 여남은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랫길 무거운 걸음으로 마른 목을 물로 축이고 백사장에 드러누운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노곤해진 몸은 곧 선선한 바닷바람을 베고 잠시 잠이 든다.

그러다 나는 불현듯 놀라 일어나 앉았다.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아직 늦여름 햇살 즐기며 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숨을 쉰다. 그리 모래 위에 힘을 빼고 누우니 햇살과 바람에 뭐하나 부족함이 없는듯했으나, 곧 명치끝 이끼 낀 기와장 같은 묵직한 것이 여전히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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