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경 祥瑞經 Mangala Sutta_행운을 가져오는 노란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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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에 세존께서 사위성의 제따숲에 있는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셨다. 어느 날 깊은 밤 한 천신이 제따숲을 두루 비추며 나타났다. 세존께 다가와서 인사를 한 다음 한 쪽으로 물러서서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여쭈었다.

 

수많은 천신들과 인간세상은                          

행복을 소망하여 상서로움을 생각하니

최상의 상서로움을 설하소서.

어리석은 사람들과 사귀지않고

현명한 사람들과 가까이하며

존경받을 사람들을 공경함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알맞은 곳에 살며

공덕을 쌓았고

올바르게 자신을 인도하는 것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넓은 학식과 잘 연마한 기술

숙련된 절제

바르게 하는 말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부모님을 잘 봉양하고

아내와 자식들을 보살피며

하는 일이 선할 때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보시와 법을 실천하는 고귀한 삶

친척들을 보살피며

행실에 과실이 없는 삶.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악행 피하고 삼가하며

술을 마시지 않고

부지런히 덕행을 실천하는 것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존경과 겸손

만족과 감사

때를 맞추어 법의 가르침을 듣는 일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인내와 부드럽게 열린 마음으로

알맞은 때에 수행자를 찾아가

가르침을 토론하는 일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마음의 인내와 성스러운 삶,

성스러운 진리를 관조하여

열반의 성취.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세속의 갖가지 일을 만나

마음이 동요치 않고

욕망에 자유로운 평안함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어느 곳에서든 이와같이 실천하고

어느 곳에서나 좌절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이것이 최상의 상서로움이어라.

 

경해설: 행운을 가져오는 노란택시

이십여 년 전, 충청남도 한 시골 마을의 많은 아이들은 노란택시를 보면 행운이 찾아온다 믿었습니다. 뉴욕에서는 지천으로 노란택시를 보지만, 택시 마저도 흔하지 않았던 그 시절, 아이들은 노란택시를 어쩌다 발견하면 예기치 않은 행운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죠. 그리고 그 반가운 행운을 몇 배로 늘리려 고개를 돌렸다 보기를 반복하며 신이나 숫자를 세었습니다. 흙 먼지 길을 달리며 택시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열을 넘어간 숫자에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함박 웃으며 가던 길을 갔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소개하는 망갈라 숫타 Mangala Sutta (행복경 혹은 상서경)는 노란택시를 찾는 아이와 같이 상서로운 징조를 찾아 쉼없는 우리들에게 부처님이 주시는 가르침입니다. 행복을 갈망하는 우리들의 간절한 바람과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이로인해 우리는 토끼풀 무성한 곳에 쭈그리고 앉아 손에 풀물이 드는 것도 모르고 네 잎 달린 토끼풀을 찾고, 잠 자기 전 꿈속에서 복스런 돼지 한 마리 만나길 기대하며, 인생의 중요한 일이 다가올 때 종종 점집을 찾아 앞 일을 묻습니다. 그래서 집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까치와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무심하지 못한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영원한 실체 없이, 머무름 없이 흘러가는 변화 속에서 삶은 자주 고통으로 얼룩지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안락과 평안보다는 걱정과 고통이 자주이고 더 많은 우리 삶이다 보니 행복을 불러올 상서로운 징표를 찾는 심정이 그닥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망갈라 숫타는 그렇게 삶 속에서 행복을 예견하는 삶의 징표를 찾는 사람의 마음이 부처님 살아계셨던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음을 보여줍니다. 

무엇이 삶에 행복과 안락을 가져오는 진정한 상서로움인가에 대해 천신들이 모여 논쟁을 시작합니다. 밤이 깊도록 결론이 없는 논쟁은 계속되고, 한 천신이 대신하여 밤을 밝혀 좌정해 계신 부처님을 찾아가 무엇이 진정 상서로움인가를 묻습니다. 당신의 대답을 통해 부처님은 상서로움이란 우리 바깥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닌, 바른 우리의 행과 삶이라 설명하십니다. 즉 성서로움과 그로 인한 삶의 행복은 네 잎 클로버를 찾고 돼지꿈을 꾸어서가 아니라, 바로 이 순간 우리의 행동과 실천을 통해 얻어진다는 평범하고 담백한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의 가르침이 콩 심은데 콩이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쉬운 이치라면, 부처님 주신 대답은 너무도 당연해 특별해 보일 것이 없어 보이죠.

항상 밖을 향해 찾아다니는 우리의 시선, 그래서 상서로움을 우담발라 꽃같이 희귀한 외부적 징표로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부처님의 대답은 좀 뜬금없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연기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원인과 조건없이 무언가 일어나는 일은 가능하지 않기에, 우리가 만들지 않았는데 좋은 일들이 찾아올 거란 기대는 내가 보낸 적 없는 배가 인천항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어리석음과 같을 것입니다.

확실하지 않는 외부의 상서로움을 찾는 일보다, 행복과 안락을 스스로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건강한 삶을 부처님은 망갈라 숫타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좋은 친구를 사귀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가족을 잘 건사하며, 내 직업의 맡은 일에 능숙하여 맡은바 책무를 충실히 다하라는 경전의 말씀! 평범한 듯 쉬워보이지만 항상 실천이 문제이지요. 불투명한 미래의 불안과 걱정을 해소함은 지금 이 순간 내 삶의 본분에 충실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사실, 다들 잘 알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실천입니다.

걱정으로 가득하여 잠 못드는 긴 밤의 당신, 그래서 허공에 핀 꽃을 부단히 찾는 당신을 위해 이 망갈라 숫타를 전합니다.

 아무나(我无那)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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