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요’ 만성 증후군

복잡한 인연의 굴레 속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불륜과, 출생의 비밀, 질투의 삼각관계 등으로 범벅된 티브이 연속극 속 삶의 이야기를 뻔하다 생각하며 관심 없는 척 열심히 보았더랬다.

사실 내 삶도 그 뻔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주말 오후 케이블 티브이의 재방송 드라마 같은 얘기였을텐데…

뻔한 내 청춘, 그 제목을 정하자면 아마도 “나 힘들어”였다.

서른 중반까지 오랫동안 ’나 힘들어’라는 말을 남한테든, 나 혼자 속으로든 항상 되뇌이며 살았드랬다.

그만 힘들고는 싶은데 그리 말하는 것이 만성이 되더니 중독이 되었고, 힘들지 않아도 힘들어야 했고, 그리 힘들다 말해야 나는 좀 살아있는것 같았다.

그러던 중, 그리 말하며 내가 지겨웠다. 그리고 공부를 하겠다며 미국으로 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삶의 고라는 단어에 조금 덤덤해져 자기연민이 얘전같이 심하진 않지만, 오랜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의 떨리는 손처럼, 나는 가끔 힘들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다 엊그제 지인으로 부터 문자가 한 통이 날라왔다,

“어디 갈만한 절이나 찾아갈 스님 좀 소개 시켜주세요, 제가 요즘 좀 힘들어서요”

내 기억에 그는 오래 힘들었고, 지금도 힘드는 중이다, 앞으로도 그는 오래 힘들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번 찾아 보겠다는 답문자를 보냈다.

아는 절과 스님들을 떠올려 봤으나, 어떻게 그의 힘든 삶에 위로가 될지 답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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