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

습관처럼, 인사치레, 혹은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 영혼 일도 담지 않은 말 그리고 지키지 않을 약속의 말, 빈말을 마구던지며 산다.

하지만 맘에 없는 말은 누가 죽인다고 협박을 해도 하지 못할거 같은 때가 있었다. 누가 나 이쁘지라고들 물으면 입꼬리 한쪽으로 내리며 썩소 날려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왜냐하면 솔직함은 삶의 미덕이고, 그래서 진실은 빈말에 기댄 잠깐의 도취보다 값진 것이라 믿었으니까.

허나 그리 오래 살다보니 외로워지더라. 곱지 못한 혀에 얻어진 그 가시같은 마음을 누군들 반기겠어.

하여 영혼없이 던진는 말, 빈말, 조금씩 늘려가며 살고 있는 중이다. “언제 밥같이 한번 먹어요, 제가 그거 사서 보내 드릴께요, 언제 우리 거기 같이 가요….”

문제는 그 빈말을 마음에 고이 담아 간직하다 현금처럼 인출을 하려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니…  당황한 나는 오리발을 내밀었더라, “내가 언제 그랬냐고”

오래발은 내밀었으나 마음의 찜찜함은 가시질 않는다.

영혼없이 던진 말에 발목 잡힌 오늘 그런 찜찜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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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강수정 아바타
    강수정

    53년째 초보 불자라 뭐 하나라도 더 배울게 없는지 슬쩍 기웃거리다
    정말 무릎치며 공감하게 되는 도신 스님의  글들에 울다가 웃다가..
    이유없이 마음만 헤집다 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스님.
    이토록 수고로운 일들을 해주시니..
    그리고
    유튜브 듣는 경전은 정말 좋습니다.
    합장.

    1. monkds 아바타
      monkds

      유튜브도 그렇고 여기 홈페이지 포스팅도 그렇고 요즘은 도통 그냥 쉬고 있습니다.
      하다가 중단한 일들이며 다시 시작을 해야는데 도통 일이 손이 잡히질 않네요.
      원래 계획은 이쯤에 화엄경 오디오북이 끝나는 거였는데 말이죠.

      수정법우님처럼 찾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동기부여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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