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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금자 씨: “너나 잘하세요”

 

친절해 보일까 눈화장 짙게 그린 당신은 그리 얘기했습니다.

‘너나 잘하세요”

그렇죠, 저나 잘 할 일입니다. 선무당 사람 잡는 훈수로, 뻔하고 뻔한 충고로, 근본 없는 조언과 어록 명언들로 무장하고 남의 금쪽같은 삶에 지적질 하며 감나라 배추 나라 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당신처럼 눈화장은 안 했지만, 저는 회색  옷입고 친절한 웃음을 팔며, 주제넘게 어쭙잖은 인생 충고를 많이 했답니다. 집착이 고라고, 욕심을 버리라고, 또 내가 없다는 뻔하고 뻔한 충고 말이죠. 하지만 사실 저는 남보다 더 집착했고, 욕심이 많았고, 나를 내세우며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머리 깍고 고고한 스님 입네 하며 비빌 언덕이 없어 절을 찾는 사람들을 눈 내리깔고 바라보았더랍니다.

‘너나 잘하세요’

그리 보니 아직 갈 길은 멀고 할 일 산더미 같습니다. 완전하지 못한 삶과 그 완성의 길 위에서 섣불리 남에게 충고를 하기보다, 저는 곰처럼 침묵하며 기다려야 함을 앎니다.

그런데 가끔은 부처를 의지해 사는 저를 찾아, 어떤 기대를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을 저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

가식이 엮겹다지만 그것이 썩은 동아줄 같이 작은 희망이라도 된다면 저는 선무당 사람잡는 훈수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오늘도 부처를 만나려 절을 찾는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당신이 했던 그 친절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너나 잘하세요’

2 Comments

  1. 일헌 일헌 12월 29, 2017

    감놔라 배놔라 또 배추도 놓아라하며 제삿상 음식을 가지고 싸우는게 우리고유 미풍양식이나 되는듯 살아갑니다. 자신을 되돌아보기 쉽지 않은게 요놈은 눈코입은 왜 밖으로만 촉수를 내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사심없이 지적질해줄, 부처님 말씀을 잣대로 들이댈 누군가이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2. 수진 수진 3월 14, 2018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어 서글퍼지는 글이네요.

    수영을 아주 잘 한다면 물에빠진 사람을 직접 건져줄 수도 있고요.
    설령 수영을 잘 못하여 물에 뛰어들지는 못해도
    옆에서 질긴 나일론 줄 달린 구명 튜브를 던져 준다면 지푸라기 잡을 심정의 사람은 살아날 기회를 가질 수 있겠지요.
    솔직한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조차 비춰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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