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금자 씨: “너나 잘하세요”

 

친절해 보일까 눈화장 짙게 그린 당신은 그리 얘기했습니다.

‘너나 잘하세요”

그렇죠, 저나 잘 할 일입니다. 선무당 사람 잡는 훈수로, 뻔하고 뻔한 충고로, 근본 없는 조언과 어록 명언들로 무장하고 남의 금쪽같은 삶에 지적질 하며 감나라 배추 나라 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당신처럼 눈화장은 안 했지만, 저는 회색  옷입고 친절한 웃음을 팔며, 주제넘게 어쭙잖은 인생 충고를 많이 했답니다. 집착이 고라고, 욕심을 버리라고, 또 내가 없다는 뻔하고 뻔한 충고 말이죠. 하지만 사실 저는 남보다 더 집착했고, 욕심이 많았고, 나를 내세우며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머리 깍고 고고한 스님 입네 하며 비빌 언덕이 없어 절을 찾는 사람들을 눈 내리깔고 바라보았더랍니다.

‘너나 잘하세요’

그리 보니 아직 갈 길은 멀고 할 일 산더미 같습니다. 완전하지 못한 삶과 그 완성의 길 위에서 섣불리 남에게 충고를 하기보다, 저는 곰처럼 침묵하며 기다려야 함을 앎니다.

그런데 가끔은 부처를 의지해 사는 저를 찾아, 어떤 기대를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을 저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

가식이 엮겹다지만 그것이 썩은 동아줄 같이 작은 희망이라도 된다면 저는 선무당 사람잡는 훈수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오늘도 부처를 만나려 절을 찾는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당신이 했던 그 친절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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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강수정 아바타
    강수정

    요사이 부쩍 스님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수행의 길만으로도 차고넘치게 버거울 삶의 한 가운데서
    마치 어제 자신들이 맡겨놓은 위로와 지혜의 보따리라도 있는 것처럼
    한없이 말금하거나 혹은 다소 뻔뻔한 태도로
    스님을 바라보거나  무작정 요구사항을 들이미는 신도들을 마주할 때마다
    도대체 어떤 심정이실까…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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