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났어”

봄의 기다리던 축제가 벚꽃처럼 찰나로 흐드러지다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 나는 삼복 무더위 한가운데 여름을 기다리며 가슴이 서늘하여 여름 더위로 데워진 방바닥을 뒹군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과 준비하는 사람들.

어쩌다 보니 지난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이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틈에 서 있었다. 뭐든 처음 하는 일에서는 겸손과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 첫째 미덕일 텐데, 나는 뭐에 홀린 사람 마냥 너무도 심각했었다. 마치 그 축제가 저만치에서 미쳐 달려오는 황소쯤 되고, 나는 그 머리에 칼을 꽂아야 하는 투우사처럼. 

자기 생각에 너무 몰두하면 내 생각만이 옳다는 독선이 되더라. 목에 힘줄 돋으며 핏대를 세우다 나는 스스로 휘두른 칼에 가슴과 머리가 잘렸다. 축제 끝물에는 가슴이 휑하니 뚫렸고, 여름 무더위로 상처가 덫 낳다. 

마음의 병을 키우는 집착이 가지가지 일 테지만 자기 생각만이 옳다는 집착만큼 무서운 병도 없겠지. 

모두 제자리에 돌아간지 오래고 그런 날이 있었는지 사람들은 기억도 잘 하지 못할 텐데 그 잘려나간 구멍이 아직도 허전하고 서운하다.

독선도 체력이 좋아야 버티며 내가 옳다 목에 핏대를 세울텐데, 이제는 몸이 전 같지 않다. 건강하려면 뿌리 깊은 아집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옳…..’

병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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