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는 무아의 가벼움 – 동지법회 법문

비구들이여, 아홉가지의 원한을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 그 아홉가지는 무엇인가? “

1) 그가 과거에 나에게 해악을 주었어. 하지만 내가 그것을 뭘 어쩌겠어 라 생각하며 원한을 없앤다. 
2) 그는 나에게 지금 해악을 주고 있어. 하지만 내가 그것을 뭘 어쩌겠어 라 생각하며 원한을 없앤다. 
3) 그는 나에게 해악을 줄 거야. 하지만 내가 그것을 뭘 어쩌겠어 라 생각하며 원한을 없앤다. 
4) 그는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해악을 주었어. 하지만 내가 그것을 뭘 어쩌겠어 라 생각하며 원한을 없앤다. 
5) 그는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해악을 주었어. 하지만 내가 그것을 뭘 어쩌겠어 라 생각하며 원한을 없앤다. 
6) 그는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해악을 줄거야. 하지만 내가 그것을 뭘 어쩌겠어 라 생각하며 원한을 없앤다. 
7) 그는 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 이익을 베풀었어. 하지만 내가 그것을 뭘 어쩌겠어 라 생각하며 원한을 없앤다. 
8) 그는 나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에게 이익을 베풀고 있어. 하지만 내가 그것을 뭘 어쩌겠어 라 생각하며 원한을 없앤다. 
9) 그는 나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에게 이익을 베풀거야. 하지만 내가 그것을 뭘 어쩌겠어 라 생각하며 원한을 없앤다. 

앙굿따라 니가야 9:30

고통이 절정같은 동지의 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지는 무명과 고통이 절정에 이른 상징 같은 날이 아닐까 합니다.  점점 깊어지던 밤이 절정에 이르른 동지는 하지만 다시 낮이 길어지는 순환의 반환점으로  어둠 속에서 저 멀리 빛이 보이는 희망의 상징 같은 날이기도 하지요. 어느 것 하나 단순한 것이 없는 우리 삶인 것처럼, 동지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 해가 끝나가면서 그렇게 밤이 긴 동지 즈음의 날들에  우리는 한 해를 돌아보며 복잡한 감정에 종종 휩싸입니다. 좀 더 잘 해보려고 했으나 항상 맘 같지 않게 흘러갔던 일들. 간절히 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으나 서둘러 생의 인연을 다하고 떠난 사람들.  멀어지면 쓸쓸하고 가까이하면 고달픈 사람의 관계 속의 많은 원망과 원한들. 

시간은 물처럼 흘러 새로운 해를 맞는데, 가슴속에 쉬이 놓이지 않는 복잡한 생각들 때문에 묶은 감정들도 함께 해를 넘어 가려 합니다. 

“내가 그것을 뭘 어쩌겠어”

그렇게 머뭇거리며 해를 넘기는 우리에게 앞서 읽어 드린 경전 말씀에서 부처님은 복잡한 세상일에 마음을 놓아 버리는 방법에 대하여 가르침을 주시고 계십니다.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일에 대하여 “내가 뭘 어쩌겠어” 라 되뇌며 복잡한 감정을 다스리며 그것들을 떠나보내라 말씀하십니다. 

겉으로 듣기에 “내가 뭘 어쩌겠어”라는 이 말은 체념이 섞인 자조의 말 이상으로는 들리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내 힘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이 말을 종종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 부처님 그토록 강조하신 무아/무상의 가르침을 담은 말로써, 나 없는 무아와 연기의 삶 가운데  나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없는데,  내가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나없는 가벼움

묵은 감정에 얽혀 새로운 날들의 일과 인연을 어그르기 보다는, 저 흘러가는 시간의 강물에 오랜 감정을 떠나 보내는 것. 그것이 오늘 밤이 깊은 동지 즈음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팥죽을 맛있게 드시고 나 없는 무아의 가벼운 마음으로 연말을 보내시고 새 해를 맞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부처님 말씀, 그리고 여러분이 하신 기도, 수행, 발원, 참회 등등으로 남은 한 해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모든 선하고 좋은 일들이 가득하시기를  부처님전에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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