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7년 12월

  • 너무 추억하지 말아요

    삼십 줄 넘어 나이가 사십이 넘고나니 사람을 만나 부쩍 지난 시간을 많이 돌아본다. 앞날의 시간을 향해 손가락을 허공에 대고 열심히 꿈을 그리던 청춘은 간데없고, 이제는 과거만 청승이고 풍년이다. 누군가 먼거 그땐 그랬지 하고 추억을 건져 올리면, 아니 그 땐 이~랬지 내 버전의 추억을 들이민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어디에도 합의점이 없다. 그래서 좀 더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 기념식

    점을 찍어 시작을 기억하고, 10, 20, 30, 50, 혹은 100등등, 숫자가 주는 의미 기대어 함께 모여 그 시작을 추억하는 일을 기념식이라 부른다. 사람들의 ‘시작기억본능’은 끝임없는 이벤트, 행사에 대한 설렘과 강박을 가져온다. 그래서 어느 찌질한 남자는  99일만 연애하고 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간혹 그 시작의 정확한 지점이 어디냐에 대한 사소한 언쟁과 망각에 대한  피터지는 전쟁들이 있겠다. 특히 부부사이…

  • 참을 수 없는 동기의 불순함

    왜’라고 묻는 질문에 마냥 솔직히 답을 하면 상대는 뻔뻔함에 당황을 하거나, 혹은 역겨움을 느낀다. 그래서 모든 개인적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들은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하지만 말을 적절하게 하는 수위 조절의 능숙함이란 영어처럼 또는 온갖 쯩-들같이 요긴하지만  쉬이 배워지지 않는 어려운 기술이 아닐까 한다. 이 분야 저 분야에서 이렇게 수위 조절에 능숙한 사람들을 기술자 혹은 선쌩님,…

  • 좀 친해집시다!

    누가 아무개스님과 친하냐고 묻는다.  안 친하면 말 좀 섞고 친해지라고… 그랬다, 친해질 만큼 서로 얼굴 마주한 횟수도 넉넉했는데 아무개스님과 나는 친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친하다 해도 한 개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무개 스님과 나는 같이 아는 스님들이 많은데 말이다. 안 친하면 만나서 서먹할텐데, 아무개 스님은 그러질 않았다. 그런데 왜 여직 안 친하다 생각을 했을까? 근데….…

  • Dear SM스님

    누군가와 지붕을 나누고 함께 사는일, 가족조차도 쉽지 않은데 우리둘 사이의 삐걱거림이야 진즉에 예상을 했었지요.  혼자 절을 지키며 사는일이 지루하기도 했었고, 나이 사십이 되가는 이 즈음,  함께 사는것, 어울려 사는 기본을 배워야겠다는 절실한 생각이 들어 저는 당신을 초대했습니다. 원칙은 내 편리의 변덕에 따라 항상 바뀌었고, 그 변덕 같은 원칙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당신의 노고가 말은 못하지만 미안할…

  • Dear 어머니

    Dear 어머니

    겨울의 쌀쌀한 바람이 쓸쓸함과 그리움을 부르는 저녁날, 저는 색(色) 선명한 뉴욕의 어느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빌딩숲과 수많은 인파사이를 헤짚고 불어오는 찬바람 속에서도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여전히 무겁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금 내 안의 문제들은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충분히 노력을 못해서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항상 서툰 제 마음의 모양에서 부터 온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 2017년 12월 17일 동지법회

    “수행자들이여, 산들의 왕, 히말라야 산에 의지하여 사는 커다란 사라수 나무가 풍성한 잎, 가지, 줄기, 뿌리를 가지고 자라납니다. 이와 비슷하게, 한 가족의 식구들이 부처님을 의지하고 살아 갈 때 그들은 세 가지가 크게 자라납니다. 첫째는 부처님에 대한 신심이 날로 늘어나며, 둘째는 말, 행동, 생각이 청정해지고, 셋째는 지혜가 날로 늘어납니다. 이처럼, 한 가족의 식구들이 부처님을 의지하고 살아 갈…

  • 부처가 사는집

    동네 놀이터에서 모래로 밥을 지으며 노는 아이들은 소꿉장난에 취하여 해넘어가는 소리를 잊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행복은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것이고, 함께 놀던 다른 아이의 심술에 곧 잘 마음이 상한 아이는 늘 선언처럼 말을 했습니다. “나 집에 갈래!” 아이는 토라져 돌아가고, 대문을 열기도 전부터 크게 ‘엄마’를 부르며 집으로 들어갑니다. 아이의 어미는 어린 자식의 뒷 목과 등을 쓰다듬으며 부엌…

  • 위로의 금강경 – 3

    “또 수보리야, 보살은 법에 대하여 마땅히 머물러 있는 생각 없이 보시(布施)를 해야 하나니, 이른바 색(色)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며, 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囑)ㆍ법(法)에도 머무르지 않고 보시해야 하느니라.” 멈추지 않고 밀려오는 시간 저 앞에 어떤 운명의 복잡함이   다가 올지 모르는 우리의 삶은 자주 불안합니다. 불안함은 종종 현실이 되고 우리의 가슴 식은땀에 젖지요.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삶의 사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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