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석가모니불

 Dear  석가모니부처님

이천오년여 년 전의 이월의 보름날, 한 쌍의 사류나무를 지붕 삼아 당신은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변하여 우리들 사는 모습은 당신 살던 때하고는 많이 달라졌지요. 연기의 가르침을 전하려 열정 가득히 북인도 구석구석을 당신은 맨발로 걸어 다녔다지만, 요즘 그렇게 정성스럽게 땅을 밟고 먼 길로 다니는 사람은 드물답니다. 느린 것이 참을 수 없는 중생들의 조급증은 인터넷이란 것도 만들었고요.

암튼 인터넷이란 기이한 공간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자주 금수저란 말을 쓰고 있어요. 간단히 말해서 부모 잘 만난 애들을 가리키는 말이죠.  다시 말하면 부모가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부족한 거 없이 자란 그런 애들, 그래서 남보다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금수저라 부른답니다. 이를테면 아버지가 왕이었던 당신 같은 사람요.

지금의 네팔 히말라야의 산자락에 위치한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왕을 아버지로 두어 태어난 당신은 요즘 말로 영락없는 금수저였습니다. 당신 삶을 기록한  많은 책은 어린 시절 당신이 얼마나 부족함 없이 자랐는지를 보여주지요. 능력있는 왕이 되길 바랬던 당신아버지는 온갖 분야의 좋은 선생들 모셔다 당신의 교육에 열을 올렸고요. 또한, 겨울이면 추위를 여름이면 더위를 덜어줄 별장을 지었다 전합니다. 이쯤 되면 당신을 금수저라 부르는 일이 과장은 아닐 테지요.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당신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혹은 지지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먹고 사는 일에 나날이 고달펐다면 당신의 출가와 그 깨달음, 과연 가능했었을까요? 다른 말로 당신이 금수저가 아니었다면 오늘 당신이 누리는 명성 과연 가능했었을까요?

요즘 사람들이 자주 쓰는 금수저란 말, 당신도 짐작은 하실 테지만 그 말은 단순히 덜 가진 사람들이 더 가진 이들에 대해 털어놓는 부러움의 표현은 아닐 겁니다. 내가 가진 꿈과 노력을 통한 그 꿈은 성취가 힘들 때, 좀 더 좋은 조건에서 시작하여 꿈을 이루어 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은 허탈해합니다. 그래서 그 표현은 부조리와 불공평으로 가득 찬 세상에 대한 평범한 사람의 자조 섞인 말처럼 들립니다. 흥미로운 건 그 금수저라 의심받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성취가 좋은 배경 때문이 아니라 꿈을 향해 힘들게 들인 그들의 노력의 대가라 항변을 합니다. 

모두가 똑같지 않은 세상, 그래서 불평등한 세상을 두고 당신은 업이라는 말로 그 다름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업이란 지금 내가 기억할 수 없는 지난 시간의 나의 삶의 궤적들이 지금 내 삶을 결정지었다는 설명이지요. 업과 그 과보라는 논리로 바라보면 금수저가 아니라서 받는 지금의 불이익도 결국은 내 탓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편한 왕궁을 등지고 나와 길 위의 수행자가 되고 후부터 들였던 처절한 노력이 당신을 부처로 만들었다 전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삶은 피나는 노력이 결국 모든 장애를 넘는 해결점이라고 얘기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 느낄 때 다시 당신을 생각하며 좀 더 노력하자 다짐을 합니다만, 지금 이 순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그래서 혹 내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그 의심스러운 과거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삶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래서 내가 금수저가 아니라 느끼는 삶의 불만과 불안은 쉽사리 가시질 않네요. 암튼 지금 금수저가 아닌 사람들의 노력, 부디 자주 살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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