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수필

  • Dear 어머니

    Dear 어머니

    겨울의 쌀쌀한 바람이 쓸쓸함과 그리움을 부르는 저녁날, 저는 색(色) 선명한 뉴욕의 어느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빌딩숲과 수많은 인파사이를 헤짚고 불어오는 찬바람 속에서도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여전히 무겁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금 내 안의 문제들은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충분히 노력을 못해서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항상 서툰 제 마음의 모양에서 부터 온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 Dear 아미타불

    지난밤의 꿈속에 죽음을 마주하고 깨어난 아침은 왼쪽 심장에 아직 서늘함이 남아 있습니다. 그 꿈에 제가 타고 가던 차는 험한 산 간 중턱을 가파르게 내리며 달리다, 갑자기 길을 벗어나 계곡으로 떨어졌습니다. 분명 차가 땅으로 추락하기까지는 순간일 텐데, 떨어지는 차 속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습니다.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며 저는 당연하다는 듯 당신의 이름 “아미타불”을 열심히 부르다 잠을…

  • 모르는 이야기

    맨충남 공주의 외진 시골 마을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자주 다투던 학교 친구가 있었습니다. 서로의 눈에 서로의 말과 행동이 거슬렸던 모양이지요. 전교생이 모두 기숙사에 살아야 하는 학교였던 터라 수업이 파하면 안 봐도 그만인 경우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주는 것 없이 서로 미워하며 살다 3학년이 다 되어 졸업이 가까워져 올 때쯤, 다른 친구들을 통해 우연히 몰랐던 친구의…

  • 금수저 석가모니불

     Dear  석가모니부처님 이천오년여 년 전의 이월의 보름날, 한 쌍의 사류나무를 지붕 삼아 당신은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변하여 우리들 사는 모습은 당신 살던 때하고는 많이 달라졌지요. 연기의 가르침을 전하려 열정 가득히 북인도 구석구석을 당신은 맨발로 걸어 다녔다지만, 요즘 그렇게 정성스럽게 땅을 밟고 먼 길로 다니는 사람은 드물답니다. 느린 것이 참을 수 없는 중생들의…

  • 집착이 고라는 뻔한 위로

    아침 저녁 선선해진 바람을 코 끝으로 느끼며 8월의 끝자락에 서서 돌아봅니다. 올 여름도 시작하다 말고 끝나버린 낮 꿈입니다. 그리 바쁘게 자라는 성장의 시간 속에서도 그러나 걱정, 아쉬움, 삶의 불안 등은 자기들의 시간이 따로 존재하는 듯 느리게 흘렀지요. 그렇게 8월이 지나 9월로 접어듭니다. 집착이 고라는 절집의 단순한 위로는 힘을 잃은지 오래. 그래서 저는 여름 내내 그늘진…

  • 말이 여는 문, 세상

    길, 그 시작은 있는듯 하나, 그것은 항시 끝이 없는 영속永續인 듯합니다. 끝이라 생각했던 곳에는 새로운 선택이 항시 놓여있고, 우리는 숨 한번 깊이 몰아쉬고 다시 발길을 옮겨야 합니다. 어디로 갈지를 바로 안다면 다행일텐데, 길 아닌 길 혹은 길없는 길을 찾곤하지요. 오랜동안 목적없이 살다 나이 서른이 훨씬 넘어 멀리 공부하러 떠나겠다는 중에게 한 어른스님은 말했습니다. “소 걸음이…

  • Dear 관세음보살

    Dear 관세음보살

    무더운 여름 중생의 아픔을 돌보시느라 여전히 바쁘실테데, 잘 지내시는지요? 머리깍고 절에 온지도 한참이네요.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여 아픈이의 마음을 살피신다는 그 이름 관세음보살. 그런데 아직도 사시 공양 예불을 하면서 당신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일이 쑥스럽고 서투릅니다. 오랜 시간 불러 본지라 분명 낯선 이름은 아닐텐데, 힘주어 부르는 당신 이름의 뒷소리가 작아집니다. 관세음보살, 당신의 이름이 아직 어색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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