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부치지 않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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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nk DS: 무쟁삼매인중최위제일
금강경안의 주옥같은 경구들 중에 무쟁삼매인중 최위제일 이라는 말씀이 있지요. 이 사람 저 사람 싸우지 않고 두루두루 잘 지내는 수보리를 이리는 부처님의 칭찬입니다. 때때로 금강경을 읽으며 무심코 흘렸던 그 구절이 사십을 흘쩍 넘은 요즘에야 시선에 들어옵니다. 그 동안 무수히 이마에 핏줄 세워가며 다투며 살아왔는데 왜 지금에야 이 구절이 사무칠까요? 살면서 원망으로 엮은 사람관계의 매듭이 얽히고 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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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금자 씨: “너나 잘하세요”
친절해 보일까 눈화장 짙게 그린 당신은 그리 얘기했습니다. ‘너나 잘하세요” 그렇죠, 저나 잘 할 일입니다. 선무당 사람 잡는 훈수로, 뻔하고 뻔한 충고로, 근본 없는 조언과 어록 명언들로 무장하고 남의 금쪽같은 삶에 지적질 하며 감나라 배추 나라 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당신처럼 눈화장은 안 했지만, 저는 회색 옷입고 친절한 웃음을 팔며, 주제넘게 어쭙잖은 인생 충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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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SM스님
누군가와 지붕을 나누고 함께 사는일, 가족조차도 쉽지 않은데 우리둘 사이의 삐걱거림이야 진즉에 예상을 했었지요. 혼자 절을 지키며 사는일이 지루하기도 했었고, 나이 사십이 되가는 이 즈음, 함께 사는것, 어울려 사는 기본을 배워야겠다는 절실한 생각이 들어 저는 당신을 초대했습니다. 원칙은 내 편리의 변덕에 따라 항상 바뀌었고, 그 변덕 같은 원칙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당신의 노고가 말은 못하지만 미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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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어머니
겨울의 쌀쌀한 바람이 쓸쓸함과 그리움을 부르는 저녁날, 저는 색(色) 선명한 뉴욕의 어느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빌딩숲과 수많은 인파사이를 헤짚고 불어오는 찬바람 속에서도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여전히 무겁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금 내 안의 문제들은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충분히 노력을 못해서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항상 서툰 제 마음의 모양에서 부터 온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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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아미타불
지난밤의 꿈속에 죽음을 마주하고 깨어난 아침은 왼쪽 심장에 아직 서늘함이 남아 있습니다. 그 꿈에 제가 타고 가던 차는 험한 산 간 중턱을 가파르게 내리며 달리다, 갑자기 길을 벗어나 계곡으로 떨어졌습니다. 분명 차가 땅으로 추락하기까지는 순간일 텐데, 떨어지는 차 속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습니다.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며 저는 당연하다는 듯 당신의 이름 “아미타불”을 열심히 부르다 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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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석가모니불
Dear 석가모니부처님 이천오년여 년 전의 이월의 보름날, 한 쌍의 사류나무를 지붕 삼아 당신은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변하여 우리들 사는 모습은 당신 살던 때하고는 많이 달라졌지요. 연기의 가르침을 전하려 열정 가득히 북인도 구석구석을 당신은 맨발로 걸어 다녔다지만, 요즘 그렇게 정성스럽게 땅을 밟고 먼 길로 다니는 사람은 드물답니다. 느린 것이 참을 수 없는 중생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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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관세음보살
무더운 여름 중생의 아픔을 돌보시느라 여전히 바쁘실테데, 잘 지내시는지요? 머리깍고 절에 온지도 한참이네요.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여 아픈이의 마음을 살피신다는 그 이름 관세음보살. 그런데 아직도 사시 공양 예불을 하면서 당신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일이 쑥스럽고 서투릅니다. 오랜 시간 불러 본지라 분명 낯선 이름은 아닐텐데, 힘주어 부르는 당신 이름의 뒷소리가 작아집니다. 관세음보살, 당신의 이름이 아직 어색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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